오늘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코치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게요. 코치닐에 얽힌 잔인한 역사 이야기와 함께 현대 우리 주변에서 코치닐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코치닐, 잔인한 피의 역사
코치닐이란 무엇인가?
코치닐(cochineal)은 멕시코 및 중남미 지대에 서식하는 선인장류 식물에 기생하는 연지벌레에서 추출한 색소를 말합니다. 연지벌레 암컷을 산란 전에 채취하여 쪄서 말린 뒤 몸체에서 '카르민산'을 추출하고, 여기에 알루미늄 염을 첨가하여 홍자색의 카르민 염료(carmine dye), 즉 코치닐을 얻습니다.
색소의 주성분은 카르민산(carminic acid)으로, 연지벌레가 카르민산을 만드는 이유는 다른 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하네요.
코치닐 색소는 매염제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다색성 염료입니다.
코치닐의 잔인한 역사
코치닐 염료는 기원전 2세기에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아즈텍과 마야인, 그리고 잉카인들이 사용했습니다. 1519년 스페인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가 아즈텍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에 도착했을 때, 시장에는 선명한 크림슨 레드로 염색된 고급스러운 실과 직물들이 가득했다고 합니다. 당시 유럽에는 선명한 레드 염료를 구하기 힘든 시절이었기에 아즈텍에서 발견한 코치닐이 얼마나 값어치가 높은 것인지는 한눈에 알아봤을 것입니다. 스페인이 아즈텍 왕국을 점령하고 나자 코치닐은 스페인의 핵심적인 수출품이 되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코치닐 공급에 대한 독점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코치닐이 원래 콩류 채소였다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퍼뜨렸습니다. 사실 건조된 연지벌레는 쭈글쭈글한 열매같이 보여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의도적으로 퍼뜨려진 거짓 이야기는 코치닐의 제조법을 일급비밀로 만들었습니다. 17세기말이 되어서 인류는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나서야 의심을 멈추고 연지벌레가 곤충임을 믿었다고 하니, 코치닐의 정체와 제조법이 얼마나 시크릿이었는지 짐작하게 됩니다. 코치닐은 금은에 이어 세 번째로 중요한 무역품이었고, 오늘날까지도 라틴 아메리카의 주요 수출품이기도 합니다.
스페인은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손에 넣자 자연자원을 필사적으로 착취하려 들었습니다. 잉카를 포함한 고대 아메리카의 많은 통치자들은 금, 은, 코치닐 때문에 죽임을 당했으며, 1587년 한 해에만 144,000파운드, 즉 72톤의 코치닐(대략 연지벌레 100억 8천 마리)이 리마에서 스페인으로 실려갔다고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스페인으로 들어간 코치닐은 유럽을 붉게 물들여나갔습니다.
연지벌레 7만 마리를 모아야 1파운드를 얻을 정도로 귀한 염료인데, 위의 엘리자베스 1세의 드레스를 보니 드레스 가격이 얼마나 비쌌을지 상상이 됩니다.
유럽인들을 열광케 했던 코치닐의 붉은색은 연지벌레가 으깨져나가며 물들인 색이기도 하지만, 코치닐 때문에 죽임을 당한 수많은 고대 아메리카인들의 핏빛이기도 한 것을 생각하니 엘리자베스 여왕의 드레스가 아름답게만 보이지는 않네요.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19세기말 합성염료가 발명된 후로 코치닐은 거의 생산되지 않다가, 식품에서 붉은색을 내던 타르색소(인공 색소)가 건강에 나쁘다는 염려로 인해 새로운 관심이 코치닐(천연 색소)에 쏟아지면서 이전의 인기를 되찾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코치닐은 주로 식품(음료, 가공육, 과자, 빵, 어묵, 사탕, 술 등)과 화장품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코치닐 염료가 식품 및 화장품에 널리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사람들이 천식, 식품 알레르기 및 화장품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2009년 FDA는 연지 추출물을 포함하는 화장품 및 식품의 라벨에 '연지 추출물' 또는 '카르민'이라는 정보를 라벨에 포함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코치닐에 대한 부작용 때문은 아니지만, 2012년 스타벅스는 딸기 프라푸치노의 붉은 식용 색소에서 코치닐을 빼기로 결정했는데 그건 채식주의자와 무슬림의 항의를 반영한 결과라고 하네요.
점점 코치닐을 다른 색소로 대체해 가고 있다는 희소식을 연지벌레에게 전하며 이만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이상 달달 연구 소장이었습니다.
See you
<참고 문헌과 사이트>
- 화학백과, 대한화학회
- 예술가들이 사랑한 컬러의 역사, 데이비드 콜즈, 영진닷컴, 2020.
- 컬러의 말, 카시아세인트클레어, 윌북,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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