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 염료라고 하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인디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선명한 푸른빛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인디고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푸른색 염료의 제왕, 인디고
인디고의 역사
인디고(Indigo)는 인디고페라 틴크토리아(Indigofera Tinctoria)라는 식물에서 얻는 푸른색 염료를 뜻합니다. 인디고페라 틴크토리아는 우리말로는 '낭아초'라고 합니다.
인디고의 흔적은 이집트, 페루, 인도 등 폭넓게 분포하며, 인도에서 인디고가 식물에서 추출된 지는 최소 5,000년 이상이 되었으며, 푸른색 염색 직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것은 6,000년 전의 것으로 페루의 우아카 프리에타(Huaca Prieta)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합니다.
인디고페라 틴크토리아 외에도 푸른색 염료를 얻을 수 있는 식물들이 꽤 많이 있는데, 인디고페라 서프루티코사(Indigofera suffruticosa)는 메소아메리카 문화에 중요한 인디고 공급원이었으며, 동아시아에서는 '쪽'으로 알려진 페르시카리아 틴크토리아(Persicaria Tinctoria)가 있었고, 이전 글에서 다루었던 이사티스 틴크토리아(Isatis Tinctoria)는 유럽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 인디고 이전에 푸른색 염료로 사용되었던 워드(대청, Isatis Tinctoria)에 대해서는 이전 글을 참고해주세요.
2024.06.01 - [COLOR] - 인디고 이전의 푸른 염료, 워드(대청)
인디고 이전의 푸른 염료, 워드(대청)
푸른색 염료하면 아마도 인디고 Indigo가 가장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인디고 이전에는 무엇으로 푸른색을 내었을까요? 오늘은 인디고 이전에 푸른색 염료로 사용된 워드(대청)에 대해 알아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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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가 인도에서의 인디고 제조에 관해 처음으로 보고함으로써 유럽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15세기 후반, 포르투갈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가 인도로 가는 항로를 발견하고 나서, 인디고는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의 여러 나라로 수입되었습니다. 인디고가 수입되기 이전에 유럽에서는 푸른색 염료로 워드(대청)를 오랫동안 사용해 왔는데, 유럽의 식민지에서 인디고가 대량으로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워드는 빠르게 인디고로 대체되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16세기에 자국의 워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인디고 수입을 금지하기도 했지만, 워드가 인디고로 대체되는 것은 막지 못했습니다.
인디고는 유럽의 식민지에서 플랜테이션 방식으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인디고 생산과 염색노동은 원주민이나 아프리카 노예들이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인디고는 건강에 해로운 환경에서 생산되었기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고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기도 하였습니다.
*** 플랜테이션(plantation) : 열대 또는 아열대 지방에서 자본과 기술을 지닌 구미인이 현지인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쌀, 고무, 솜, 담배 따위의 특정 농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경영 형태.
플랜테이션 방식으로 생산되면서 노동 환경이 매우 착취적이었으며, 이에 맞서 1859년 인도 벵골에서는 인도 노동자들이 영국 농장주를 상대로 '인디고 반란'(Indigo Revolt 또는 Blue Mutiny)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인디고 제조법
인디고의 제조법은 수백 년 동안 바뀌지 않았습니다. 1m 깊이의 통에 따뜻한 알칼리성 물(잿물)을 가득 채운 뒤 인디고 잎을 넣고, 잎 위에 통나무를 얹어 염료가 발효되도록 잠기게 둡니다. 이 과정에서 수용성 '인디칸'(indican)이 불용성 '인디고틴'(Indigotine)으로 전환됩니다.
물이 녹색으로 변하면 두 번째 탱크로 물을 옮기고, 탱크 안에서 발로 물을 힘차게 차면 산화 과정이 시작됩니다. 고체 입자가 형성되고 통 바닥에 가라앉으면서 파란 거품이 액체 위로 올라오면, 침전물을 구리 냄비에 담고 끓여 반죽으로 만듭니다. 이렇게 추출된 염료는 말려서 덩어리로 파는데 이를 두고 사람들은 '푸른 황금'이라고 불렀습니다.
유럽에서는 이 염료덩어리를 수입했기 때문에 1616년에 나온 영어사전에서 인디고는 '터키에서 들어온 돌로 파란색 물을 들이는 데 쓴다'라고 잘못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인디고가 라피스라줄리처럼 푸른색 광물인 줄 알았던 거지요.
이렇게 건조된 염료로 천을 염색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공정을 거치는데, 인디고 가루를 알칼리 용제에 녹여야 합니다. 이때,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오줌이 사용되었습니다.
인디고 농장은 작물 경작보다 염료 생산 과정이 위험했는데, 인디고를 발효하는 통 안에 작업자들이 직접 들어가서 몸으로 물을 휘저었으며, 뜨거운 햇빛 아래서 발효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유독가스와 악취로 인해 인디고 농장 근처 반경 1/4마일 이내에서는 가축도 사람도 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인디고와 청바지
인디고와 청바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인디고컬러가 아닌 청바지는 청바지라 할 수 없고, 청바지의 유행으로 인해 인디고란 이름도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지요.
*** 청바지에 대해서는 이전 글 "청바지의 역사"를 참고해 주세요.
2024.05.10 - [FABRIC] - 청바지의 역사
청바지의 역사
여러분은 청바지를 몇 벌 가지고 계신가요? 저는 워낙 편한 스타일을 좋아하다 보니 계절별로 해서 청바지가 4벌이나 되더라고요. 아마도 여러분들도 옷장에 청바지 한 벌 이상씩은 가지고 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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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 염색의 단점은 빨 때마다 조금씩 물이 빠진다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이 점이 청바지의 매력이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로베르타 사사텔리는 '청바지 인류학'이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다른 의복과 달리 청바지 표면의 반복 착용과 색 바랜 흔적 속에 숨은 시간은 일종의 부가가치로 여겨진다."
합성 인디고의 발견과 문제점
1883년 독일의 화학자 아돌프 폰 베이어(Adolph von Baeyer)가 인디고틴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을 발견함으로써 천연 인디고는 합성 인디고로 빠르게 대체되었습니다.
그러나, 합성 인디고는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습니다. 석유에서 얻는 벤젠을 출발물질로 해서 유독한 화합물질인 아닐린을 거쳐 인독실(indoxyl)이 만들어지고 이를 산화해 인디고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인디고는 물에 녹지 않는 분자라는 게 문제입니다. 염료가 물에 녹지 않으면 실이나 천에 염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먼저 인디고를 물에 녹을 수 있는 류코인디고(leucoindigo)의 형태로 바꿔야 하는데, 이때 디티온산나트륨(sodium dithionite)과 같은 강력한 환원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디티온산나트륨은 쉽게 분해돼 황산염이나 아황산염이 되고 그 결과 공장설비가 부식될 수 있으며, 염색과정에서 나온 폐수를 제대로 정화하지 않으면 강으로 흘러 나와 땅과 물을 오염시킵니다.
친환경 인디고를 향한 노력
버클리 캘리포니아대가 주축이 된 미국 공동연구자들은 인디고를 만드는 식물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박테리아인 대장균에서 재현해 친환경 인디고 제조 및 염색을 구현했다고 학술지 '네이처 화학생물학' 2018. 1. 8. 에서 발표했습니다.
인디고 색소를 가지고 있는 식물이 녹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인디고 색소가 인디칸이란 배당체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배당체(glycoside)란 보통은 불용성인 분자에 포도당 같은 당분자가 붙어 수용성을 띠게 된 구조입니다. 식물은 배당체를 해체하는 배당체가수분해효소도 가지고 있어서 필요할 때 사용한다고 합니다.
인디칸은 액포에 저장되어 있고, 배당체가수분해효소는 엽록체에 들어있어서 서로 만나지 않지만, 잎 조직이 손상돼 액포와 엽록체가 터져 내용물이 섞이게 되면 배당체가수분해효소가 인디칸을 인독실로 분해합니다. 인독실 두 분자가 만나 류코인디고가 만들어지고 이게 인디고로 산화하면서 청색을 띠게 되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대장균 한 균주에서 인디칸을 배양해 내고, 또 다른 균주에서는 배당체가수분해효소를 배양해 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이렇게 얻은 인기칸 용액을 흰 데님 천에 뿌려준 뒤 배당체가수분해효소용액에 담그고 나서 말리자 천이 파랗게 염색되었습니다. 즉 인디고 제조에서 염색까지 전 과정에서 유해한 화합물이 사용되지 않은 친환경 방법이 성공한 것입니다.
그러나, 당장 이 방법을 산업현장에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효율이 더 높고 반응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효소를 개발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전 글 "인디고 이전의 푸른 염료, 워드(대청)"에서 언급했듯이, 유럽에서는 환경을 위해 자연염료인 워드 생산을 부활시키고 있다고 설명드렸습니다. 재배과정에서 토양을 황폐화시키는 워드에 비해 인디고는 오히려 토양을 개선시키며, 푸른빛도 워드에 비해 선명하기에 워드보다 더 매력적이고 가치 있어 보입니다.
다만, 염료생산과정이 친환경적이고, 노동자에게 안전한 환경 이어야 한다는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천연 인디고나 합성 인디고나 생산과정에서 친환경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연구들이 환경이 파괴되어 가는 속도보다 빠르게 성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이상 달달연구소장이었습니다
See you
< 참고 문헌과 사이트 >
- 예술가들이 사랑한 컬러의 역사, 데이비드 콜즈, 영진닷컴, 2020.
- 온 컬러, 데이비드 스콧 카스탄&스티븐 파딩, 갈마바람, 2020.
- 옥스퍼드 대학교 식물표본집 herbaria.plants.ox.ac.uk. " Indigofera Tintoria "
- 동아사이언스, "청바지 파란색 인디고, 녹색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강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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