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 염료하면 아마도 인디고 Indigo가 가장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인디고 이전에는 무엇으로 푸른색을 내었을까요? 오늘은 인디고 이전에 푸른색 염료로 사용된 워드(대청)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디고 이전의 푸른 염료, 워드(대청)
워드(대청)는 무엇인가?
고대부터 푸른색 염료로 사용된 식물을 크게 나누어 본다면 유럽산(Isatis Tinctoria)과 남아시아산(Indigofera Tinctoria), 그리고 동아시아산(Persicaria Tinctoria)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사티스 틴크토리아(Isatis Tinctoria)가 워드(woad)이고 우리말 용어로는 대청(大靑)이라고 합니다. 인디고페라 틴크토리아(Indigofera Tinctoria)는 이름에서 눈치 채셨겠지만, 인디고(Indigo)입니다. 페르시카리아 틴크토리아(Persicaria Tinctoria)는 우리말 용어로 쪽입니다.
이사티스 틴크토리아는 Brassicaceae과에 속하는 꽃 피는 식물로 청색 염료 및 약용으로 사용된 기록이 있습니다.
푸른빛을 내는 화학물질은 워드와 인디고 모두 동일합니다. 단, 워드가 인디고에 비해 농도가 낮습니다. ( 오랫동안 푸른색 염료로 사용되었던 워드가 선명한 푸른빛의 인디고로 대체되게 된 이유입니다.)
워드의 역사
워드의 흔적은 신석기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가장 주목해봐야 할 시대는 고대 영국입니다.
워드는 6세기 앵글로색슨족에 의해 세워진 이스트 앵글리아(East Anglia)와 오랜 연관성이 있는데, 여전사 부디카(Boudicca)가 이끄는 이케니(Iceni) 부족은 전투를 준비하면서 얼굴을 파란색으로 장식했다고 합니다.
영국 북부(지금의 스코틀랜드 지역)의 픽트족(Picts)도 이케니 부족과 같은 목적으로 워드를 사용했는데, '픽트'라는 단어는 로마어로 그림을 그린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켈트 블루(Celtic blue)라는 컬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켈트족(Celts)도 전사들이 얼굴과 온몸을 파랗게 칠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브레이브 하트'(Brave heart)라는 영화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1995년 영화이니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네요. 전 학창 시절 꽤 감명 깊게 본 영화라 아직도 장면 장면들이 기억이 나네요.
브레이브 하트는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을 다룬 영화로, 주인공 멜 깁슨(윌리엄 월리스 역)이 영화 속에서 얼굴에 파란색을 칠하고 싸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때 사용된 염료가 바로 워드입니다.
중세에 와서 워드는 weld(노란색), madder(빨간색)와 함께 유럽 염색 산업의 3대 핵심 산업 중 하나였습니다.
영국과 독일, 그리고 프랑스에서 주로 재배가 되었으며, 인디고가 수입되기 시작하자 워드 산업에 위기를 느낀 각 나라는 자국의 염색산업을 지키기 위해 인디고 수입을 제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선명한 푸른빛의 인디고에게 결국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습니다.
워드 제작 방법과 문제점
워드의 전통적인 제작 방법은 우선 대청잎을 딴 뒤, 큼직한 사과크기만한 공으로 만듭니다. 그런 다음 햇빛에 말리고 난 뒤, 인디고와 같은 비위생적인 발효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바로 소변에 담근 뒤 밟아 뭉개는 작업을 3일 동안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마지막에 노란 액체만 남게 됩니다. 여기에 직물을 담가 염색을 시킨 후 공기 중에 노출을 시키면 비로소 파란색으로 착색이 됩니다.
워드는 발효과정에서 다량의 암모니아를 내뿜어 악취를 풍깁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나쁜 건 워드를 심은 토양은 영양분이 고갈되어 불모의 황무지로 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워드의 값어치가 올라가서 과잉 생산됨으로써 곡물 공급이 위협받기 시작하면서 1580년대 영국 정부에서는 워드 생산을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엘리자베스 1세 때에 이 제한이 풀리긴 했지만, 불쾌한 냄새 때문에 궁전 근처에서는 가공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워드의 부활
유럽 SPINDIGO(식물 유래 인디고의 지속 가능한 생산)는 유럽 상업 시장에 맞는 천연 인디고 생산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인데 360만 유로 규모의 프로젝트에 5개국 10개 파트너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MAFF(영국 농수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은 과학자들은 천연 염료로 잉크젯 잉크를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워드가 Toulouse와 Norfolk에서 다시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워드를 다시 부활시킨 이유는 합성 인디고 염색에 사용되는 유해한 화학 물질에 대한 대안을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합성 인디고는 아닐린, 포름알데히드, 시안화수소라는 독성 화학 물질을 사용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현대의 워드 제작 과정에서는 전통적인 방법인 소변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물질이 사용되지만 유해성분이 없는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 염색방법으로 다시금 부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전통적인 염색방법을 보존한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 사용되었던 염료 중 몇 가지의 제조법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져서 지금도 복원되지 못하는 제조법이 있습니다. 합성염료가 염료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요즘, 유럽처럼 우리도 천연염료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상 달달 연구소장이었습니다.
See you
< 참고 문헌과 사이트 >
- 예술가들이 사랑한 컬러의 역사, 데이비드 콜즈, 영진닷컴, 202.
- 컬러의 일, 로라 페리먼, 윌북, 2022.
- 위키피디아, Isatis tinctoria
- ethnicjewelsmagazine.co.uk
- woad.org.uk
- woad-inc.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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