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LOR

컬러 퍼플

by 달달 연구소장 2024. 4. 23.

여러분의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요?
 
저는 직업이 디자이너이어서 그런지
영상미가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조금 오래된 영화이긴 하지만
지금까지도 저만의 명작 영화 top 10순위 안에 드는
 

컬러 퍼플

 
입니다.

 

컬러 퍼플


 
영화 컬러 퍼플 The Color Purple의 스토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천성적으로 바보스러우리만치 착하기만 하고 오직 복종 밖에는 할 줄 모르는 셀리(후피 골드버그 분)는 14살 때 의붓아버지에게 몸을 빼앗겨 아이를 둘이나 낳는다. 그러나 의붓아버지는 그 아이들을 낳자마자 새뮤얼 목사와 코린 부부에게 갖다 줘 버린다. 셀리는 여전히 타인의 삶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오직 낙이 있다면 두 살 아래인 여동생 네티(아코슈 부시아 분)와 서로 의지하며 다정하게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러나 의붓아버지는 이제 어린 네티마저 건드리려 하고, 그러는 중에 40대 초반의 미스터(대니 글로버 분)라는 남자가 네티를 자기 아내로 줄 것을 요청하나 의붓 아버지는 네티는 너무 어리다며 대신 셀리를 데려가라고 한다. 이에 미스터는 어린 셀리를 아내로 맞아 데려간다. 그러나 셀리는 미스터의 전처소생 아이들 등살과 미스터의 난폭한 성격 때문에 노예보다 더 참혹한 생활을 겪게 된다. 하지만 착한 성품으로 오히려 모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 준다. 그러던 어느 날 네티는 의붓아버지의 손을 피해 셀리의 집으로 오게 되고, 학교도 다니고 배운 걸 셀리에게도 가르쳐 주며 행복하게 살아가던 중 네티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미스터에게 겁탈당할 뻔했다가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화가 난 미스터에게 쫓겨나고 그 후 미스터는 네티에게서 온 모든 편지를 다 압수해 버린다. 미스터는 어릴 때부터 서로 연모하던 목사의 딸이자 떠돌이 가수 셕(마가렛 에이버리 분)이 공연을 왔다가 병으로 쓰러지자 집으로 데리고 와서 간호해 주며 함께 잠자리도 같이하나 셀리는 오히려 그러한 셕을 사랑으로 따뜻이 보살펴 준다. 이에 감동한 셕은 셀리에게 새로운 삶에 대한 눈을 뜨게 만들어 주고 미스터가 없는 틈을 타 집안을 뒤져 네티한테서 온 편지를 찾아낸다. 그 편지에서 셀리는 자기 아이들이 다 살아 있고 네티와 함께 아프리카 선교지에서 자라고 있으며 곧 미국으로 오겠다는 내용을 읽고 그 모든 소식을 수십년간이나 차단한 미스터에 대한 증오는 분노로 바뀌게 된다. 순하디 순하던 성품이 적극적으로 바뀌어 셕 부부와 함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다. 셀리가 집을 나가고 오랜 세월 혼자 사는 데 지친 미스터는 차츰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셕은 자신의 방탕한 생활을 미워했던 목사인 아버지에게 돌아가 눈물겨운 화해를 한다. 그리고 마침내 미스터의 주선으로 아프리카에 가 있던 네티와 셀리의 아들 아담 그리고 딸 올리비아는 미국으로 와 수십 년 만에 눈물겨운 가족 상봉을 한다.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전반에서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보랏빛에 취해 영화를 관람하고 나면
늘 궁금증이 남았습니다.
 
왜 퍼플일까?
 
소설의 원작자인 앨리스 워커는
왜 보라색을 선택한 걸까?
 
그 이유가 궁금해서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았지만
변변한 분석자료를 찾지 못했어요.
 
그저 앨리스 워커 자신이 소설 속에서 적어놓았던 대사 한 줄이 유일한 단서였을 뿐이었지요.
 

컬러 퍼플

 

우리가 보랏빛 일렁이는 어느 들판을 지나가면서도
그걸 알아보지 못하면 신은 화가 날 걸... 

 
앨리스 워커가 어떤 이유로 흑인 여성의 삶을 보라색으로 표현했는지는 정확히 알아낼 길은 없지만,
저는 그녀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봅니다.
 
제가 바라본 보라는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희생'입니다.
 
고대부터 보라색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하디 귀한 염료였습니다.
 
'티리언 퍼플'(Tyrian Purple)로 명칭 되는 보라색은
뿔고둥(바다달팽이)의 분비물에서 얻을 수 있는 색으로
손수건 한 장을 보라색으로 염색하기 위해서는
고둥 1만 2천 마리를 깨부수어야만 했으니 가격이 어마무시했겠죠?
 

티리언 퍼플
뿔고둥과 티리언 퍼플

 
비싼 가격 때문에
황제, 종교 사제, 부유한 귀족에게만 한정된 색이었으며
이는 곧 권력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지요.
 
그러나, 이는 또한
소수의 권력을 위해 희생을 강요받았던 수많은 생명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앨리스 워커가 이중 상징성을 지닌 보라색을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고 여기는 이유입니다.
 
소설 속 시대상황에서 흑인 여성은
백인 남성 > 백인 여성 > 흑인 남성 > 흑인 여성
이라는 권력구조 피라미드의 가장 밑자락에서
신에게마저도 버림받은 존재들이었습니다.
 
영화 '컬러 퍼플'에서도 
피해자인 흑인 여성들은 교회라고 하는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되려 정죄받고 차별받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저항할 수 없이 가해지는 폭력에
깨어져나간 고둥의 보랏빛은
그녀들의 삶과 닮았습니다.
 
희생에 기반한 권력의 상징이었던 보라색은 
인공합성염료인 모브(Mauve)의 등장으로
보라색의 대중화라는 색채의 혁명이 일어납니다.

모브
세계 최초의 인공 화학 염료

 
과거 권력자들에게만 허용되었던 보라는
일반 서민들에게도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된 것이지요.
 
영화 '컬러 퍼플'에서도
흑인 여성 주인공들이 남성들의 폭력 앞에 저항하지도 못하는 수동적인 피해자로 그려진 초반부와는 달리
후반부에서는 여성들이 연대하며 저항하면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가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컬러 퍼플

 

 

보라는 이제 희생의 상징에서 저항혁명의 상징으로 탈바꿈합니다.

 

보라는 이제 부당함에 맞서는 저항의 색이며,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척박한 삶을 개척해 가는 용기의 색이고,
자신을 스스로 존엄하게 생각하는 자존감의 색입니다.


 
지천명을 목전에 둔 나이이지만
여전히 두려움이 많아 삶을 용기 있게 살아가지 못하는 지금의 저에게도
보라가 주는 메시지는 묵직한 것 같습니다. 
 
아직 영화 '칼라 퍼플'을 보지 못하신 분들에게
적극 영화를 추천드리며
다음에 또 재미있는 칼라 이야기 들고 올게요~

Se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