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다 보면 실수, 실패라고 생각한 것들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우연한 발견이 색채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프러시안 블루'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연한 발견, 프러시안 블루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
1704년경, 색 제조공 요한 야콥 디스바흐(Johann Jecob Diesbach)는 베를린 연구소에서 코치닐 안료를 만들던 중, 알칼리가 다 떨어져 연구소를 함께 쓰는 연금술사 디펠(Dippel)에게 사용하다 버린 탄산칼륨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사실, 디펠에게서 받은 탄산칼륨에는 동물의 피가 묻어 있었는데, 디스바흐는 그 사실을 모른 채 평소 제조법대로 작업을 하였고, 아주 연한 레드 레이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실패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스바흐는 이 실패한 레드 레이크를 농축해 자주색으로 바꾼 다음 파란색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동물의 피에 오염된 탄산칼륨이 생각지 못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페로시안화철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바로 '프러시안 블루'(Prussian Blue)입니다.
프러시안 블루의 RGB값 : 0, 49, 83
프러시안 블루는 생산하기 쉽고 비용도 적게 들 뿐 아니라 무독성이며 색이 강합니다. 파랑이 짙어서 파란 검정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한자어로는 감청(紺靑)이라고도 불립니다.
프러시안 블루는 처음 만들어진 지역명을 따라 '베를린 블루'라고도 불렸으며, 18세기 프로이센 군의 보명 연대가 입는 군복의 색으로 채택되면서 '프러시안 블루'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프로이센의 이 블루 코트는 영국의 레드 코트, 러시아 제국의 그린 코트, 오스트리아의 화이트 코트에 대응되는 당대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프러시안 블루는 프로이센 군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습니다.
프러시안 블루는 안료, 염료, 청사진의 염색제, 파란 세제, 플라스틱, 종이, 화장품에도 사용되며, 방사능 중독을 치료하는 의약품으로도 사용됩니다. 실제로 체르노빌 사태 당시 소방관들에게 프러시안 블루를 섞은 보드카를 보급하는 등 방사선 오염 때 치료제로 사용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원전 오염수에서 방사성 원소인 세슘을 흡착하는 용도로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프러시안 블루가 미세 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응집하는 현상을 발견하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팀은 프러시안 블루를 활용한 수중 방사성 물질 제거 관련 실험을 진행하던 중 가시광 조사 조건에서 프러시안 블루가 미세 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응집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실험 결과 물속 미세 플라스틱을 최대 99%까지 제거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기존에 활용되는 철이나 알루미늄은 물에 잔류해 인체에 심한 독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별도의 처리 공정이 필요하지만, 프러시안 블루는 무독성인데다가 철, 알루미늄보다 약 250백 응집효과가 우수하다고 합니다.
현대인들이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이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신용카드 한 장에 해당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프러시안 블루가 미세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가 없네요.
프러시안 블루가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도 급부상하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현욱 교수팀은 프러시안 블루를 양극재로 활용해 배터리 성능을 크게 높이면서 값싼 리튬 이차전지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Nano Letters에서 밝혔습니다. 기존 프러시안 블루 양극재는 유기 전해질에서 반응 속도가 느리거나 구조적 불안정성으로 에너지 밀도와 수명 성능에 한계가 있었으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프러시안 블루의 활용도를 높여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인 배터리 소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프러시안 블루는 철, 탄소, 질소로 이루어진 값싼 물질로, 생산 비용이 낮고 이온전도도가 높아 다양한 이온을 수용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프러시안 블루 시장
세계 프러시안 블루 시장 규모는 2023년 1억 달러로 평가되었으며 2030년까지 1억 5천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프러시안 블루 시장은 그림, 안료, 의약품을 비롯한 여러 산업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면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실패한 연구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오늘날에는 염료와 안료 뿐만 아니라 의료용과 배터리 소재로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프러시안 블루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이상 달달 연구소장이었습니다.
See you
< 참고 문헌 >
- 예술가들이 사랑한 컬러의 역사, 데이비드 콜즈, 영진닷컴, 2020.
< 참고 사이트 >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청바지 염색하는 프러시안 블루로 물속 나노 플라스틱 안전하게 제거"
- e4ds 뉴스, "청바지 염료 프러시안 블루 차세대 배터리 소재 급부상". 2024.06.24.
- Veritied Market Reports, "유형별, 용도별, 지리적 범위 및 예측별 글로벌 프러시안 블루 시장", 2024.06.
- 나무위키, "프러시안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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