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의 전통색인 오방색과 오간색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방색과 오간색
오방색이란?
오방색(五方色)은 오방정색(五方正色)이라고도 하며,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의 5가지 색을 말합니다.
한자 문화권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주례', '서경', '예기'에서 처음 확인이 됩니다.
음과 양의 기운이 생겨나 하늘과 땅이 되고 다시 음양의 두 기운이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오행을 생성하였다는 음양오행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오행에는 오색이 따르고 방위가 따르는데, 중앙과 사방을 기본으로 삼아 황색은 중앙, 청색은 동쪽, 백색은 서쪽, 적색은 남쪽, 흑색은 북쪽을 나타냅니다.
황색은 오행 가운데 토(土)에 해당하며 방위로는 중앙, 계절로는 늦여름을 의미합니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이후 황제의 옷을 황포라 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고려 말 이후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왕까지도 황색의 사용이 금지되었습니다. 이는 복식에 있어서 중국의 관리 체제에 대해 우리나라의 관리체제를 2등급 낮게 책정한다는 '이등 체강의 원칙'을 고수하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선의 국왕은 홍색포를 착용하였으며, 대한제국 선포 후에 비로소 황색포를 착용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여자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황색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대비나 왕비의 옷으로 황의가 있었고, 사대부의 정경부인들은 황색이라는 이름 대신에 송화색, 두루색, 치자색 등으로 명명하면서 어린 여자 아이나 젊은 여자의 저고리에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청색은 오행 가운데 목(木)에 해당하며 방위로는 동쪽, 계절로는 봄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동쪽에 위치한 까닭에 청색옷을 입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1275년(충렬왕 1)에 "대사국에서 제기하기를 '우리 동방은 목위에 해당하므로 푸른 색깔을 숭상하여야 하며 흰 것은 금의 색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융복(군복)을 입게 된 때부터 흔히 흰모시옷을 입으니 이는 나무가 쇠에 눌리는 상징입니다. 청컨대 흰옷 입는 것을 금지하십시오'라고 하니 왕이 이를 따랐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색에 대한 규제와 금기가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백색은 오행 가운데 금(金)에 해당하며 방위로는 서쪽, 계절로는 가을을 의미합니다. 오방색을 비롯한 유채색이 상류층에서 즐겨 사용한 색이었다면, 백색은 일반 서민들의 색이었습니다. 백색은 크게 천연 소재 그대로의 색과 잿물에 삶아 표백시킨 백색의 두 종류로 구분됩니다.
우리 민족을 백의민족이라 칭하게 된 이유에는 유교 사상에 입각한 상복습속설, 염료 및 염색 기술 부족설, 태양 숭배 사상 기인설, 우주 공간 표현설, 계급 의식과 복식 금제에 의한 설, 민족성 연관설, 잿물 세탁설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이유와 잿물 세탁의 보편화에 기인한 것이라 여깁니다. 양반계급은 알록달록 염색된 비단 옷을 입었겠지만, 일반 서민들은 거친 마직물( 모시, 삼베 )이나 면직물을 입었으며 염색을 해서 입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었고, 또한 일찌감치 잿물 세탁법이 보편화되어 있어서 흰색 옷이라 하여도 항상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색은 오행 가운데 화(火)에 해당하며 방위로는 남쪽을 의미하고, 만물이 무성하여 양생의 기가 왕성한 곳이며, 계절로는 여름에 해당합니다. 적색이 갖는 일반 감정은 불, 태양, 정열, 사랑, 피, 혁명 등이고 나아가 정복, 폭력, 저주 그리고 악귀와 병마에 대한 신의 원력과 같은 주술적 의미도 있습니다. 이 중 불이나 태양의 의미는 국운으로 상징화되어 적색은 왕의 복색으로 사용되었고, 정열과 사랑이라는 의미는 부부애로 발전하여 다산을 위한 여자들의 치마색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강렬한 적색은 무사들의 혈기를 왕성하게 해 주어 무사 복장의 색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왕의 의복에 쓰인 것은 짙은 적색인 강청색이나 대홍색이었습니다. 여자들은 일반적으로 녹의홍상이나 황의홍상을 많이 입었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홍색은 매우 고가품이었는데 조선시대에 짙은 홍색 옷 한 벌을 염색하는데 필요한 홍람을 심는 데는 네 식구가 한 달 동안 먹을 곡식이 나는 밭이 필요하였고, 대홍색으로 물들인 직물의 값은 백색포의 네 배 이상이었으므로, 일반인은 감히 짙은 홍색을 사용할 엄두도 낼 수 없었습니다.
흑색은 오행 가운데 수(水)에 해당하며 방위로는 북쪽, 계절로는 겨울을 의미합니다. 고대 사회에서 크게 선호된 색은 아니었지만, 중세 이후 점차 귀한 색으로 부상되었습니다. 복색에서 흑색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승려 복색의 회색계이고, 다른 하나는 자색이나 청색이나 짙어져서 흑색화된 것입니다. 전자는 먹이나 진흙으로 염색하든지 도토리 열매로 염색하여 철 매염을 한 것으로 대표적인 색이 묵색, 조색, 회색 등입니다.
오간색이란?
오간색은 오방간색이라도 하며, 오방정색의 중간색으로 오행의 상생과 상극 관계에 따라 상생간색과 상극간색으로 나누어집니다.
상생간색
청적간색 : 청 + 적 = 정 (정 靘, 보라색 )
적황간색 : 적 + 황 = 훈 ( 훈 薰, 주황색 )
황백간색 : 황 + = 규 ( 규 硅, 연노란색 )
백흑간색 : + 흑 = 불 ( 불 黻, 회색 )
흑청간색 : 흑 + 청 = 암 ( 암 黯, 진청색 )
상극간색
청황간색 : 청 + 황 = 녹 ( 녹 綠, 초록색 )
황흑간색 : 황 + 흑 = 유 ( 유 騮, 갈색 )
흑적간색 : 흑 + 적 = 자 ( 자 紫, 자주색 )
적백간색 : 적 + = 홍 ( 홍 紅, 분홍색 )
백청간색 : + 청 = 벽 ( 벽 碧, 하늘색 )
*** 상생간색과 상극간색이 기록된 고문헌으로는 '성호사설', '규합총서', '이수신편'이 있는데 상생간색은 세 문헌의 색명이 대부분 일치하지만 상생간색은 조금씩 달라서 '규합총서'를 기준으로 함.
생활 속의 오방색
명절이나 돌 때 어린 아이에게 입히는 색동옷 소매의 오방색 배열, 혼례 때 신부가 입는 삼회장 저고리, 잔칫상의 국수에 올리는 오색 고명 등 새로운 시간이 시작될 때나 경사가 있을 때 입는 옷이나 먹거리의 색에 상생의 원리를 적용하여 악귀나 병마를 물리치고자 했던 예를 생활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시기에 자손이 무병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오방색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오방색의 주술적 의미를 부각시켜서 샤머니즘의 도구로 사용하고, 음양오행으로 우주를 설명하면서 오방색에 집착하는 일부 현대인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한국의 전통색이라고 하면 오방색만 생각하고, 전통 디자인을 할 때 너무 오방색을 남발하여 눈을 어지럽게 하고 색채미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것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전통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은 한국의 전통색에는 오방색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이 있음을 숙지하시고 디자인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상 달달 연구소장이었습니다.
See you
< 참고 사이트 >
- 우리역사넷 "오방색의 사상과 전통" , 국사편찬위원회
- 두산백과 "오방색"
- 네이버 지식백과 "단청의 색"
- 위키백과 "오방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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