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시즌이 되니 발수, 방수 제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더라고요. 발수와 방수는 결과적으로 물의 흡수를 막는 것은 같으나, 물을 막는 원리가 어떻게 다른지 발수와 방수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발수와 방수의 차이점
발수란?
발수(撥水, Water Repellent)란 어떤 물체가 물을 밀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방수와는 엄밀히 다른 개념입니다.
발수를 이해하려면 먼저 표면장력(表面張力, Surface Tension)을 이해해야 합니다.
표면장력은 액체의 표면에서 분자들이 서로 당기려는 힘으로 표면을 작게 하려고 작용하는 장력을 말합니다.
액체를 구성하는 분자들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이 있습니다. 분자와 분자 간의 거리가 특정 거리보다 가까워지면 분자들끼리 서로 밀어내는 척력이 작용합니다. 위의 그림에서 A지점의 유체 분자는 인력과 척력이 평형 상태에 있기 때문에 작용하는 알짜 분자력이 0입니다. 그러나 B지점, 즉 표면에 있는 유체 분자에는 유체 내부로 향하는 방향으로 인력이 작용하지만 표면 바깥 방향으로 균형을 이룰 인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유체 내부로 향하는 알짜 분자력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내부로 향하는 분자력은 액체 표면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게 됩니다. 이러한 표면장력의 예로 물 위에 떠 다니는 소금쟁이, 거미줄에 매달려 있는 물방울, 연잎 위를 굴러다니는 물방울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연잎 위에 물을 떨어뜨리면 물이 퍼지지 않고 동글동글하게 물방울의 모양으로 굴러다니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것은 연잎에 미세한 나노돌기가 있어 표면장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며 이러한 현상을 두고 연잎효과(Lotus effect)라고 합니다.
액체가 최소한의 표면적을 유지할 수 있는 형태가 바로 구의 형태이기 때문에 물방울은 구의 형태를 지니는 것이며, 표면장력이 크면 클수록 더 완벽한 구형이 되고 표면장력이 작으면 납작하게 퍼지는 형태가 됩니다.
표면장력이 작은 물체 위에 표면장력이 더 큰 물체가 높이면 표면장력이 더 큰 물체는 표면장력이 작은 물체 속에 침투하지 못하고 밀려나게 되며, 반대로 표면장력이 큰 물체 위에 표면장력이 작은 물체가 높이면 흡수가 되어버리거나 납작하게 퍼져버리게 됩니다.
두 물체 사이의 표면장력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발수효과는 커지게 되는데, 이러한 원리를 적용한 대표적 예로 비옷이나 우산 그리고 발수가공한 아웃도어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섬유에서 발수가공을 이야기할 때 테프론(Teflon)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테프론은 미국 듀폰사(Dupont)가 개발한 불소수지로 불소원자로 둘러싸인 탄소와 불소의 화합물입니다. 테프론은 기름보다도 더 작은 표면장력을 형성하기 때문에 표면장력이 큰 면직물 같은 원단 위에 불소막을 만들면 물이나 기름 등의 오염을 차단시켜 줍니다. 불소화합물의 입자가 작으면 작을수록, 그리고 입자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불소막은 강력해지고 발수성은 좋아집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물의 표면장력은 72 dyne/cm입니다. 면의 표면장력도 같은 크기인 72이기 때문에 면은 물을 밀어내지 못합니다. 따라서 비 맞은 면 바지는 금세 축축하게 젖게 됩니다.
하지만, 면직물 위에 표면장력이 32인 올리브 기름을 바르면 물은 방울을 형성하면서 면을 투과하지 못하게 됩니다.
나일론(46)이나 폴리에스터(43)같은 물보다 표면장력이 작은 합성섬유들은 물을 만나면 밀어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발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면직물 : 물과 같은 표면장력 → 친수성(물에 친화성을 나타내는 성질)
나일론, 폴리에스터 : 물보다 작은 표면장력 → 소수성(물분자와 쉽게 결합하지 않는 성질)
테프론은 표면장력이 15이며 지금까지 이 불소화합물보다 더 작은 표면장력을 가진 물질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테프론은 물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의 기름도 모두 튕겨냅니다.
이 테프론계 수지를 늘려 작고 수 많은 구멍이 생긴 엷은 막을 만들고, 이것을 나일론에 접착하여 만든 것이 바로 고어텍스입니다. 고어텍스에는 1제곱인치당 90억 개 이상의 미세한 구멍이 나있으며, 물 분자는 이 미세한 구멍을 통과하지 못하고 오로지 수증기 분자만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비와 물은 막아주고 땀은 배출해 주는 방습과 투습이 모두 가능한 기능성 섬유인 것입니다.
테프론코팅은 섬유 뿐만 아니라 일반 주방용기에서부터 기계·자동차·반도체·우주 항공산업 부품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산업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듀폰사가 테프론 등을 만드는데 쓰이는 화학물질 PFOA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발표해 테프론 코팅에 대한 안전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테프론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테프론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방수란?
방수(防水)는 Water Proof 또는 Water Resistant라고 합니다. W/R을 Water Resistant의 약자로 혼동하기 쉬운데, W/R은 Water Repellent을 의미하고 W/P는 Water Proof를 의미합니다.
발수 : W/R
방수 : W/P
발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표면장력을 이해해야 했듯, 방수를 설명하게 위해서는 내수압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일정 직경의 실린더 바닥을 원단으로 막고 위에서 물을 부으면 수위가 올라감에 따라 수압이 높아지고 결국 한계에 다다르면 원단의 틈새로 물이 배어 나오게 되는데, 바로 이때의 수위가 내수압입니다.
이슬비를 막을 수 있는 내수압은 300-400mm 정도이고, 세찬 소나기를 막을 수 있는 내수압은 1,000mm 이상 되어야 하고, 밤새 비를 막아야 하는 방수텐트의 내수압은 1,500mm 정도 됩니다.
원단에 방수기능을 부여하는 작업은 코팅과 라미네이팅 2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코팅(Coating)
액상의 충전재를 원단 위에 바르는 작업.
가장 많이 사용되는 충전재는 PU(Poly Urethane)인데 PU는 방수력이 매우 좋지만, 촉감이 나쁘다는 단점이 있다.
PU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PA(Poly Acrylate)를 첨가하는데 PA를 많이 넣으면 방수력이 떨어지므로 사용 용도에 맞게 PU와 PA를 적절히 배합해야 함.
라미네이팅(Laminating)
이름 그대로 필름을 원단 뒷면에 접착하는 방법.
원단의 밀도와 상관없이 코팅보다 훨씬 더 높은 방수력을 얻을 수 있음.
원단의 기존 촉감을 유지하면서 투습방수 필름을 쓰면 통기성도 확보 가능함.
형태가 불안정하고 치밀하지 않은 니트 같은 원단에도 방수기능을 부여할 수 있게 됨.
*** 고어텍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전 글을 참고해 주세요
2024.05.25 - [FABRIC] - 고어텍스의 바른 세탁 방법과 착용 방법
방수에 적합한 소재는 면과 같은 친수성 소재보다는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과 같은 소수성 소재가 적합합니다.
100% 면이면서 코팅이나 라미네이팅 가공 없이도 방수가 가능한 원단이 있는데, 그것은 영국에서 개발된 Ventile입니다.
Ventile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장마시즌 그리고 등산이나 캠핑과 같은 아웃도어 라이프에 필요한 기능성 섬유를 구매하실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이상 달달연구소장이었습니다.
See you
< 참고 문헌 >
- TEXTILE SCIENCE Merchandiser에게 꼭 필요한 섬유지식 I, 안동진, 한올출판사, 2017. 01. 20.
- TEXTILE SCIENCE Merchandiser에게 꼭 필요한 섬유지식 II, 안동진, 한올출판사, 2019. 03.01
< 참고 사이트 >
- 두산백과 "표면장력"
- 전북 중앙, "연잎의 표면장력", 추원호, 2019.08.04.
-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블로그 "기능성 아웃도어의 비밀:고어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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