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거미줄이라고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전 개인적으로 영화를 좋아해서 그런지 스파이더맨이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영화에서는 거미줄이 주인공의 몸무게를 버틸 정도로 강하게 묘사되는데, 거미줄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왜 사람들은 거미줄로 섬유를 만들게 되었으며 거미줄 섬유는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거미줄 섬유
거미줄 섬유란?
거미줄 섬유란 거미줄을 인공적으로 합성하여 만든 섬유를 말합니다. 영화 스파이더맨에서는 거미줄이 주인공의 몸무게도 버티고, 날아가는 비행기도 잡아챌 정도로 강력하게 묘사되는데요, 좀 과한 설정 같아 보이긴 하지만 거미줄의 강도가 단위면적당 철에 비해 5배 수준이라는 것은 사실이기에 영화적 상상이지만 설득력이 있어 보이긴 합니다.
이론상으로도 거미줄을 연필 두께의 밧줄을 만들고, 이를 엮어서 그물을 만든다면 하늘을 나는 전투기도 잡을 수 있을 정도가 된다고 하네요.
거미줄은 거미 몸 속에 있는 분비샘에서 만들어진 액체 단백질이 단단하게 결합해 거미 배에 돌기처럼 튀어나온 실젖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질입니다. 거미줄은 머리카락의 1/20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얇지만 같은 굵기의 강철보다 5배 강하고, 무게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가벼우며(초경량), 신축성이 뛰어난데 거미줄의 신축성은 나일론보다 2배가량 뛰어나다고 합니다. 또한 자연스럽게 분해되어 사라지므로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미줄로 옷을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 있었는데요, 2012년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패션쇼에서 무당거미가 분비하는 거미줄로 만든 케이프(망토)가 공개되면서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이 옷을 만들기 위해서 120만 마리의 무당거미가 필요했고, 제작기간이 8년이나 소요되었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일찌감치 인공 거미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여 인공 거미줄 분야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기업은 일본 섬유업체인 스파이버(Spiber)입니다. 이 회사는 자연 상태의 거미가 체내 박테리아로 거미줄을 합성하는 데 착안하여 2010년 인공 거미줄을 처음으로 개발하였습니다.
인공 거미줄은 전투기 조종사의 헬멧, 인공 힘줄과 인대, 클라이밍 로프 등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인조 거미줄로 만든 옷은 따뜻하고 부드럽고 단백질 섬유이기 때문에 독성 유해 물질 함유의 우려가 없고, 내구성이 강하며 물빨래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공 거미줄을 의류에 적용한 대표적 예로는 노스페이스가 2015년에 내높은 초경량 패딩 점퍼인 문 파카(moon parka)입니다. 스파이버가 개발한 인공 거미줄 섬유인 '큐노머스'가 쓰였는데, 일반 재킷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보온 측면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냈다고 합니다.
*** Spiber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한 스파이버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스파이버 외에도 독일의 특수 섬유 제조 업체 에이엠실크(AMSilk)는 유전자 조작된 박테리아를 발효시켜 '바이오스틸'(Biosteel)이라는 섬유를 만들었고, 아디다스는 2016년 이 섬유로 만든 운동화 '퓨처크래프트 바이오페브릭'(Futurecraft Biofabric)을 공개했습니다.
아디다스는 매년 3억 켤레의 신발을 만들고, 전 세계에서 매년 수억 켤레의 신발이 버려집니다. 대부분의 운동화는 합성섬유로 만들어지며, 버려지는 신발들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디다스는 생분해되는 바이오스틸 섬유를 이용한 운동화를 만들었으며, 이 운동화는 폐기과정에서 분해 효소를 이용하면 몇 시간 내로 분해된다고 합니다.
*** AMSilk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아래 AMSilk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실크 대신 거미줄을 뽑아내는 유전자 편집 누에
거미는 독자적인 생활을 하는 동물로 누에처럼 거미를 사육하면 서로 싸우고 잡아먹는 특성이 있어서 한 곳에서 기르는 것이 힘들어 대량생산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연구한 끝에 중국 동화대 연구팀은 거미 대신 유전자를 변형한 누에를 이용해 '거미줄 단백'을 얻는데 성공하였으며, 이것은 방탄조끼에 사용되는 케블라(Kevlar)보다도 6배 더 강하다고 합니다. 연구를 이끈 준펭 미(Junpeng Mi) 박사는 "드디어 거미줄 섬유 상업화의 길이 열렸다. 유전자 변형 누에를 통해 거미줄 섬유를 생산하면 저비용·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진다."고 언급하며 대규모 상업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 케블라(Kevlar) : 듀폰사에서 만든 초고분자 화학섬유. 케블라는 총알을 막을 정도로 강도가 높아 방탄조끼 재료로 사용됨.
거미줄 단백질 유전자를 유전자 편집 도구인 크리스퍼(CRISPR-Cas9)을 사용하여 누에에 삽입시켜 뽑아낸 거미줄 섬유는 완벽한 강도와 유연성, 그리고 생분해성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나일론이나 케블라와 같은 합성 섬유는 제조 과정에서 화석 연료를 사용하기 떄문에 환경오염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거미줄 섬유는 합성 섬유를 대신할 수 있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누에는 섬유를 보호층으로 코팅하기 때문에 이전 인공 거미줄 공정의 문제로 지적되었던 습기 및 햇빛 노출의 취약성 문제도 해결하였습니다.
이 견고한 섬유는 앞으로 수술용 봉합사, 상처 드레싱, 방탄 조끼와 장갑 및 차량용 구조 재료, 더 나아가 군사·항공우주 분양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보완되어야 할 점은?
유전자 편집 누에의 개발로 거미줄 섬유의 대량 생산은 낙관적이나 상업적 규모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우선 상입된 거미줄 단백질 유전자가 정상적인 번식을 통해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되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유전자 편집 누에의 알을 농민들에게 배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 문제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실크가 아닌 거미줄을 뽑아내는 누에라니... 종의 특성까지도 바꾸어놓는 과학이 놀랍기도 하면서, 인간에게 과연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러나, 환경오염이 기후재난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요즘, 합성 섬유를 대체하기 위한 친환경 소재에 대한 연구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제조과정에서도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아야하며, 생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의 빠른 전환을 기대하며
이상 달달 연구소장이었습니다.
See you
< 참고 사이트 >
- 한경 경제용어사전, "거미줄 섬유"
- 데일리포스트, "유전자 변형 누에로 거미줄 섬유 개발", 2023.09.21.
- 뉴스퀘스트, "누에 입에서 거미줄이 줄줄 흘러나와", 2023.10.23.
- 어린이동아 "끈적끈적 거미줄의 무한변신", 2021.06.30.
- LG케미토피아, "스파이더맨의 거미줄, 유기동물섬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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