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활옷이 무엇인지, 그리고 활옷에 새겨진 다양한 자수 문양이 어떤 의미를 상징하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활옷에 새겨진 자수 문양의 상징
활옷이란?
활옷은 조선의 공주, 옹주가 혼례에 갖추어 입었던 예복입니다.
왕실 혼례에서 왕비와 왕세자빈이 적의(翟衣)를 착용했다면, 공주 옹주를 비롯한 그 외 왕실 여성이 입은 대표적인 혼례복은 홍장삼(紅長杉)이었습니다. 홍장삼은 점차 민간 혼례에도 널리 착용되었고, 어느 시점부터는 활옷이라 불리기 시작하여 이제는 활옷이 더 익숙한 이름이 되었습니다.
적의는 꿩무늬가 직조된 직물로 만든 옷이라 하여 붙여진 명칭입니다. 적의는 조선시대 왕비, 왕세자빈, 왕세손빈, 대한제국 황후, 황태자비와 같이 최고 권위의 왕실 여성만이 착용할 수 있었던 대례복으로 국가의 큰제사를 올리거나 가례를 올릴 때, 또는 책봉을 받을 때 등 가장 중요한 행사에서 착용한 최고의 예복이었습니다. 적의는 고려시대인 1370년(공민왕 19)에 명나라로부터 처음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제도는 조선이 건국된 후에도 이어져 왔으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에 여러 과정을 거쳐 영조 때에는 우리식 적의 제도를 완성하여 대한제국 이전까지 유지되었습니다.
착용자의 신분에 따라 꿩의 배치와 홍색 선의 무늬, 바탕 옷감의 색 등에 차이를 두었습니다.
조선은 신분에 따라 입을 수 있는 옷의 색이나 직물, 장식 등을 엄격하게 규제했던 사회였습니다. 고급 직물에 화려한 자수를 더한 공주 혼례복인 홍장삼, 즉 활옷 역시 일반 백성이 평소에 입을 수 없는 귀한 옷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선에는 신분보다 높은 예를 적용해 존귀한 예식임을 보이는 '섭성'의 풍속이 자리 잡고 있었고, 일반 백성도 혼례 때만은 궁중 혼례복을 입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민가에서 정확히 언제부터 혼례복으로 활옷을 입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송시열의 '송자대전', 윤원거의 '용서문집', 박규수의 '거가잡복고'와 같은 기록에서 당시 혼례 풍속을 언급하며 혼례복으로 홍장삼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17세기 이후에는 이미 홍장삼이 민가에서 혼례복으로 자리 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왕실에서 정해진 법식에 따라 최고의 재료와 기술로 제작된 공주의 활옷과 달리, 민가의 활옷은 신분과 형편에 따라 형태와 품질이 제각기 달랐습니다. 또한 제작이 까다롭고 값이 비싸서 마을의 관아, 혼례나 상례에 쓰이는 물품을 빌려주던 세물전, 혼례 준비를 도와주는 수모를 통해 대여하는 관습이 이어졌습니다.
활옷에 새겨진 자수문양의 상징
활옷에 장식된 무늬는 혼례 주인공의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봉황 : 상상 속의 신령스러운 새로 왕실이나 왕비의 위엄을 상징합니다. '봉'은 수컷, '황'은 암컷을 칭하며 한 쌍의 봉황은 음양의 조화와 부부화합을 의미합니다. 아홉 마리의 새끼 봉황을 함께 표현해 자손 번창을 기원하기도 합니다. 활옷의 중심 무늬로 자주 등장합니다.
모란 : 부귀를 의미해 왕실과 민가에서 두루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혼례복인 활옷의 대표 무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활옷에서 나타납니다.
연꽃: 뿌리마다 잎과 꽃이 나와 풍성하게 자라기 때문에 번영을 상징합니다. 특히 씨가 가득한 연밥은 자손 번창을 의미합니다. 연꽃은 물에 떠 있는 것이 특징이라 물결무늬와 함께 주로 활옷의 하단에 장식됩니다.
백로 : 활옷 하단에 한 쌍이 마주 보고 있는 구도로 배치해 부부의 금슬이나 화합을 상징합니다. 머리카락이 희어질 때까지 해로하기를 기원하는 '백두해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괴석 : 오랜 세월 변치 않아 장수를 상징합니다. 기하학적으로 단순화해 주로 활옷 하단에 물결무늬와 함께 나타납니다. 괴석 위에 모란이 함께 피어 있는 모습으로도 자주 표현되는데 이 경우 모란은 여자, 괴석은 남자를 의미해 음약의 결합, 부부화합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물결 : 만물의 근원이나 생명의 상징으로 여겨져 장수, 풍년, 부를 의미합니다. 주로 활옷 하단에 배경으로 표현됩니다.
문자 : 복을 담은 글자는 글자에 담긴 의미가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활옷에는 '이성지합 백복지원'(남녀의 결합은 백복의 기원이다) '수여산 부여해'(산과 같이 장수하고 바다와 같이 번영하기를) 같은 글자를 새겨 넣었습니다.
동자 : 득남, 다남을 상징합니다. 활옷에 표현될 때는 연이어 아들을 낳으라는 의미로 연꽃과 함께 수놓기도 했습니다.
나비 : 나비가 꽃을 쫓는 특성을 따라 꽃과 함께 표현해 남녀의 사랑과 화합, 부부금슬 등을 상징합니다. 혼례복인 활옷뿐만 아니라 혼수품이나 장신구, 보자기 등의 장식으로도 자주 사용하였습니다.
복숭아 : 천도, 즉 신선의 과일로 알려져 불로장생을 의미합니다. 신선인 서왕모가 가꾸는 천도를 동방식이 훔쳐 먹고 장수하였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석류 : 붉은 알맹이가 가득한 모습으로 인해 풍요와 다신을 상징합니다.
불수감 : 부처의 손과 닮아 이름 붙여진 과일로, 불수감의 불과 복의 발음이 서로 비슷하여 복과 행복을 상징합니다.
매화 : 사군자 중 하나로 선비의 고결함을 의미하지만, 겨울에 잎이 지고 다음 해 다시 꽃이 피는 속성으로 인해 장수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국화 : 사군자 중 하나로 선비의 절개를 의미하지만, 달인 차를 먹고 앓던 병이 나아 천수를 누렸다는 설화가 전해지면서 장수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저는 작년 겨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했던 '활옷만개' 전시를 관람했을 당시, 생각보다 작은 사이즈의 활옷을 보고 매우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조선시대 당시 평균 결혼 적령기가 여성의 경우 15-16세라고 하니 지금으로 생각하면 중학교 2-3학년의 나이이지만, 당시 신체 사이즈가 지금보다 작았기에 전시회에서 본 활옷의 사이즈는 지금의 초등학교 5-6학년 정도 아이의 사이즈였습니다.
그 작은 옷에 빼곡히 자수가 놓여진 활옷을 보고 있노라니 어린 자녀를 시집보내는 어미의 마음이 읽혀져서 한동안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나네요.
기회가 되신다면 박물관에 전시된 활옷을 관람해 보실 것을 추천드리며
이상 달달 연구소장이었습니다.
See you
< 참고 문헌과 사이트 >
- 활옷만개, 국립고궁박물관, 그라픽네트, 2023.
- 국가유산청 "70여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대한제국 황실의 복식, 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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