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염색에서 매염이란?
천연염색을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개념 중 하나가 매염인데요, 오늘은 매염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천연 염색에서 매염이란?
매염이란?
매염(媒染, mordanting)이란 염료가 섬유에 흡착하는 것을 도와주어 색이 곱게 물들게 하고 색이 빠지지 않고 오래 유지되도록 해주는 공정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염료의 착색과 발색 그리고 견뢰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매염제입니다.
견·모와 같은 동물성 섬유는 단백질 섬유로써 매염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염색이 잘 되는 편이지만, 면·마와 같은 식물성 섬유는 섬유소이기 때문에 색소의 흡착이 좋지 않아 염색이 잘 되게 하기 위해서는 매염제가 필요합니다.
매염제의 양
매염제의 양은 섬유의 중량에 따라 조절하며, 섬유를 충분히 적실 정도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염색할 천의 무게의 약 3-5% 정도를 사용하는데, 매염제를 많이 사용한다고 착색이 잘 되는 것이 아니고, 지나치면 오히려 섬유에 손상을 주고 염색을 망칠 수도 있으니 매염제를 사용할 때에는 조금씩 넣어가며 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염 방법
1. 선매염 : 염색하기 전에 천에 먼저 매염 처리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2. 중매염 : 염료와 매염제를 동시에 넣어 염색하는 법으로 보통 이 방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3. 후매염 : 염색을 한 다음 매염 처리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 염료를 고정할 때에는 매염제와 같이 처리하는 중매염이 좋고, 발색할 때에는 후매염하는 방법이 좋습니다.
전통 매염제의 종류
1. 잿물
잿물이란 식물의 잎, 가지 등을 태운 재에 물을 통과시켜 재 속에 포함된 칼륨이 녹아내린 물을 말합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섬유의 정련과 표백에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매염제로도 널리 사용해 왔습니다.
볏짚을 가장 많이 사용했는데, 그중 찰볏짚이 제일 좋습니다. 나무 중에는 동백나무나 노린재나무, 콩대 등을 태운 재에는 알루미늄이 들어있어 매염 효과가 좋습니다. 그 밖에도 메밀대, 쪽대, 홍화대, 명아주대, 소나무 등이 사용되었습니다.
잿물 만드는 법
식물의 잎, 가지를 태운 재를 물이 3/4 정도 들어 있는 대야나 양동이에 넣고 따뜻한 물(40℃)을 부어 30-60분 정도 두었다가 걸러낸 물을 사용합니다.
내려받은 잿물은 만져 보았을 때 미끈거려야 합니다.
잿물을 오래 두면 농도가 약해질 수 있으므로, 보통 작업하기 하루 이틀 전에 만들어 두었다가 사용합니다.
잿물은 강하게 내려놓았다가 물로 희석하여 농도를 맞추어 사용하면 편리합니다.
2. 광물성 매염제
1) 철
철매염제는 주로 어두운 색조로 염색되어 흑색, 회색, 갈색으로 나타나며 색의 명도를 떨어뜨려 차분하게 발색시킵니다.
철장 만드는 법
유리나 플라스틱 그릇에 녹슨 못이나 철 부스러기를 한 근(600g) 넣습니다.
소금을 맥주잔으로 반(80cc)이나 큰 수저로는 5-6 수저 넣고 밀가루 1/2컵을 넣은 뒤, 끓는 물을 내용물의 10배 정도 부어 잘 젓습니다.
이것을 10여 일간 따뜻한 곳에 두었다가 고운 체에 걸러서 유리병이나 페트병에 넣어 밀봉한 다음,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보관합니다.
초산철 만드는 법
초산철이란 철 매염제를 만들 때 쓰는 밀가루, 소금을 빼고 물 대신 초산을 넣어 만드는 방법을 말합니다.
초산은 자연식초를 사용해도 되지만, 작업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식용 빙초산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빙초산을 사용할 때에는 물을 3배 정도 섞어서 산도 30% 이하로 하여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2) 동
동판이나 구리철사를 이용합니다. 동은 녹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에나멜 같은 것으로 피복되어 있어 부식이 잘 되지 않으므로 꼭 불에 태운 후 사용해야 합니다.
매염제 만드는 방법은 초산철 만들 때와 동일하지만 동의 강도가 강해서 초산의 농도를 높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물을 2배 이하로 희석하여 사용합니다.
초산의 농도가 높고 온도가 알맞게 높으면 매염제로 완성되는 시간이 적게 걸립니다.
투명한 초산액에 푸른색이 돌면 사용이 가능하고 장시간 놓아두면 농도가 진해집니다.
3) 알루미늄
초산철 매염제 만드는 방법과 동일합니다.
알루미늄은 분해되어도 무색 투명하기 때문에 초산에 얼마나 용해되었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보통 15-30일 정도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3. 명반
예로부터 식초와 함께 대표적 매염제로 사용되었습니다. 명반은 알루미늄과 칼륨이 합성된 투명한 결정체로 알루미늄 매염제 역할을 합니다. 명반은 독성이 적고 순하여 예로부터 약재와 매염제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명반은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보조 매염제
견·모와 같은 동물성 섬유는 단백질 성분이라 매염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염색이 잘 되는 편이지만, 면·마와 같은 식물성 섬유는 섬유소가 주성분이므로 색소가 잘 흡착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단백질 성분의 보조 매염제로 먼저 처리한 다음에 주 매염제를 사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1. 콩즙
식물성 섬유에 인위적으로 단백질을 첨가시키는 방법으로 콩즙을 사용합니다. 콩즙 대용으로 우유도 사용 가능합니다.
흰콩 한 컵에 물을 부어 하룻밤 동안 불립니다.
다음날 끓는 물에 잠깐 데친 다음, 콩 껍질을 벗기고 믹서기에 물과 함께 넣고 갈아서 면포에 걸러냅니다.
이 콩물을 광물성 염색에는 20배 정도, 식물성 염색에는 30배 정도로 희석하여 사용합니다.
사용할 때에는 천에 충분히 스며들도록 잘 주물러서 20분 뒤에 꼭 짜서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2-3일 뒤에 염색하면 됩니다.
우유를 사용할 경우에는 우유와 물을 1:40의 비율로 사용합니다.
2. 탄닌
식물의 잎 껍질이나 열매 등에 들어 있으며, 맛이 쓰고 떫은 것이 특징입니다. 오배자, 석류, 감, 녹차, 도토리, 상수리, 밤 등에 들어 있으며, 매염제로 사용하면 염료가 섬유가 흡착되는 것을 도울 뿐만 아니라 살균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탄닌 성분이 들어 있는 재료를 뜨거운 물에 하루 정도 담가 놓거나 약한 불에 끓이고 걸러서 사용합니다.
매염제로 사용할 경우에는 반드시 물에 10배 이상 희석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농도가 진하면 염색 칼라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3. 산
초산, 감식초, 구연산이 있으며, 염색한 천의 색을 맑게 해 주고 알칼리성을 중화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초산 만드는 법
막걸리 2ℓ에 밥 한 수저와 이스트 3g을 넣어 공기가 통하도록 봉하여 따뜻한 곳에서 15일 이상 두면 식초가 됩니다.
감식초 만드는 법
가을에 붉은 감을 따서 항아리에 넣고 공기가 통할 정도로 가볍게 뚜껑을 덮은 다음, 따뜻한 곳에 두었다가 감이 껍질만 남고 속이 푹 삭으면 걸려서 병에 넣고 공기가 통하도록 보관하면서 사용합니다.
만약 병마개로 꼭 막아두면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가스가 차서 팽창하게 됩니다.
구연산 만드는 법
매실은 씨를 빼고 말리고, 오미자의 열매는 그냥 말려서 필요할 때 따뜻한 물을 부어 하루쯤 두었다가 걸러서 사용합니다.
4. 키토산
게 껍질에서 얻어지는 것으로 오염된 토지 개량, 화장품 재료, 건강보조식품 등에도 사용됩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키토산은 천을 염색하기 전에 발라주면 염료의 흡착을 도와 견뢰도를 높입니다.
5. 석회수
알칼리 매염제로 쓰이며, 잿물은 변색·탈색의 위험이 큰 반면 석회수는 변색·탈색의 위험이 적은 편입니다.
석회수 만드는 법
물 15ℓ에 소석회 0.2g이나 생석회 0.1g을 넣고 잘 섞어준 다음 30분 이상 두면 침전이 생기고 윗물은 맑아지는데 그 윗물을 조심이 떠서 사용합니다.
탄닌이 많은 오배자, 감, 오리나무, 밤 등을 염색할 때 석회수로 후매염을 하면 갈색으로 발색이 잘 됩니다.
가정에서 천연 염색을 할 경우에는 보통 맥반, 소금, 식초를 많이 사용합니다. 천연염색 재료가 무엇인지, 어떤 직물에 염색할 것인지, 어떤 색을 원하는지에 따라 그에 맞는 매염제를 선택하고, 매염제의 양을 조절하고, 매염 방법을 잘 숙지하시고 진행하시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천연염색방법은 이전 글들을 참고해 주세요.)
이상 달달 연구소장이었습니다.
See you
< 참고 문헌 >
- 내 손으로 하는 천연 염색, 정옥기, 들녘,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