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안료인 황토와 황토 염색
인류 최초의 안료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인류 최초의 예술 작품인 동굴 벽화에 사용된 무기 안료일 것입니다.
인류 최초의 안료라 추정되는 무기 안료 중 오늘은 황토(red clay, ochers)와 황토 염색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인류 최초의 안료인 황토와 황토 염색
인류 최초의 안료, 황토
인간이 만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예술 작품은 무기 안료를 사용해 동물, 사람 등을 묘사한 동굴 벽화입니다.
*** 무기안료란?
화학적으로 무기질인 안료를 가리키는데, 천연 광물 그대로 또는 천연 광물을 가공, 분쇄하여 만드는 것과 금속화합물을 원료로 하여 만드는 것이 있다.(두산백과)
제가 학창 시절에 배울 때만 해도 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는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벽화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2021년 오스트레일리아 그리피스 대 애덤 브럼 교수팀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석회동굴 두 곳에서 각각 4만 5500년 전과 3만 2천 년 전에 그려진 동물 그림들을 발견했다고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함으로써, 현생 인류가 그린 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리앙 테동게 동굴 벽화라고 합니다.
연구팀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술라웨시 석회 동굴 두 곳에서 붉은 색과 짙은 자주색의 무기안료로 그린 2개의 동물 그림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건 여담이지만, 저는 동굴 벽화하면 생각나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어요. 2013년에 개봉한 '크루즈 패밀리'라는 애니메이션인데요 구석기시대 동굴에서 생활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로 영화 속에서 황토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떠올라서 잠시 이야기가 샛길로 빠졌네요. ㅎㅎ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본 영화라 살짝 추천하고 황토 이야기 계속할게요.
동굴 벽화에서 그림 재료로 사용되었던 무기안료인 흙은 색깔별로 황토, 흑토, 백토 등으로 구분되며 그중 황토는 아주 오래전부터 벽화 그림의 재료로, 건축재료로, 토기 재료로, 옷감을 물들이는 염료의 재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어요.
황토 염색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염료와 안료의 차이를 설명해야 할 것 같네요.
염료 | 안료 |
물이나 기름에 녹아 단분자로 분산하여 섬유 등의 분자와 결합하여 착색하는 유색 물질 |
물이나 대부분의 유기 용제에 녹지 않는 분말상의 착색제 |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염료는 머리카락을 속까지 염색시키는 '염색약'을 생각하시면 되고, 안료는 손톱 위에만 발라지는 '매니큐어'를 생각하시면 금방 이해되실 거예요.
그렇다면 여기서 퀴즈~
Q. 황토는 염료일까요? 안료일까요?
정답은 안료입니다.
황토는 광물이 곱게 부서진 것으로 물이나 유기 용제에 녹지 않고, 미세한 황토 가루가 섬유 사이사이에 박히면서 색을 내는 방식이니 염료라기보다는 안료로 보는 게 맞습니다. 황토염색 시 황토 가루가 섬유에 잘 붙게 하기 위해 소금이 매염제로 사용되곤 합니다.
황토 염색
1. 황토 채취
황토는 날씨가 아주 좋은 날 채취합니다. 채취한 원토는 햇볕에 바싹 말려서 정확한 색상을 살핀 뒤 같은 색끼리 모아둡니다. 채취한 황토를 물에 담그면 미세한 황토 입자가 위에 뜨는데, 이 입자를 골라내는 것을 '수비'라고 합니다. 염료로 쓰이는 것이 바로 이 미세한 입자입니다.
황토 염색은 황토의 작고 고운 입자가 섬유 사이에 박혀서 색깔을 내는 것이므로 모래질보다 끈적끈적하고 수분이 많은 점토질이 좋습니다. 황토는 채취한 뒤 한겨울을 넘기며 숙성시킨 것이 좋은데, 겨울 동안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점질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2. 황토물 숙성
황토를 따뜻한 물에 풀어 덩어리를 부수면서 잘 저어 주면 굵은 입자는 가라앉고 고운 황토물만 위에 남게 됩니다. 이때 고운 황토물만 따로 분리하여 햇볕에서 일주일, 그늘에서 일주일 정도 두어 숙성을 시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때 소금을 첨가하기도 합니다.
3. 물들이기
황토물이 숙성되면 물의 양을 보고 1% 정도 소금을 첨가하여 끊입니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염색하기 힘들므로 조금 뜨거운 정도의 온도가 적당합니다. 염색할 천은 새 옷이 아닌 경우 삶아서 이물질을 깨끗이 제거한 후 말려서 사용합니다. 물기가 있으면 황토물이 스며들지 못하므로 반드시 천을 말려서 염색해야 합니다.
꼬들꼬들하게 천이 말랐으면 황토물에 넣고 약 20분 정도 골고루 주무른 뒤 햇볕에 말렸다가 다시 20분 동안 주무르기를 여러분 반복합니다. 이 때 마른 천을 황토물에 한꺼번에 담근 뒤 손으로 주무르고 비벼서 황토물이 골고루 스며들게 합니다.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선명한 색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초벌 염색을 할 때는 황토물이 잘 스며들게 천천히 주무른 다음 약 30분 정도 담가 두었다가 가볍게 짜서 건조한 뒤, 천이 바싹 마르면 황토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빨아서 말리면 됩니다.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재벌(3벌) 염색으로, 원하는 색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4. 마지막 손질 및 관리
황토 염색을 한 천은 필요에 따라 풀을 먹이기도 하는데, 풀을 먹인 뒤 잘 접어서 꼭꼭 밟아주거나 다듬이질을 해주면 좋습니다. 황토염색을 한 천은 절대 삶아서 세탁하면 안 됩니다. 세탁할 때는 반드시 찬물을 사용해야 하며, 세제는 중성이나 약산성으로, 가능하면 적게 사용하여 손으로 조물조물 가볍게 빨아줍니다.
황토 염색의 장점
황토는 철분, 마그네슘, 나트륨 등으로 돼 있고, 다양한 효소가 든 원적외선을 다량 방사하여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본초강목>에는 '황토는 흑의 대표성을 띠는 것으로, 맛이 달고 약성이 뛰어나 다양하게 활용한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동의보감>에는 '황토 찜질을 하면 심신이 편안해지고 혈액순환에 좋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황토 염색은 탈취력이 뛰어나며 습도와 온도를 조절해주고, 곰팡이나 인체에 유해한 균류의 서식을 막고, 땀을 많이 흘려도 냄새가 나지 않아 옷감으로 활용하기에 훌륭한 염색 방법입니다.
또한 피부 자극이 없는 황토 염색은 아토피 피부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원적외선 방사로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전자파 차단 기능도 있다고 하네요.
이렇게 친환경적이고 효능도 다양한 황토 염색을 집에서 해보실 수 있는 간단한 천연염색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황토 천연염색 DIY
준비물(손수건 3장분) 황토 염료 100g, 물 100L, 소금 적당량
1. 물에 황토 염료를 넣어 잘 풀어줍니다.
2. (1)에 소금을 반 움큼 정도 넣어 잘 풀어줍니다.
3. 손으로 15-20분 정도 주물러 줍니다.
4. 손수건을 넣고 2-3회 반복 염색을 합니다. 햇빛에 넣어 말린 후 다시 염색합니다.
5. 마지막 염색 때에는 꼭 짜서 물에 바로 헹굽니다. 비비지 말고 살살 헹구어주세요.
6. 햇빛에 말린 후 사용합니다.
앞에서 설명드렸듯이 황토는 염료가 아니고 안료이다 보니 염색과정에서 섬유에 흡착이 잘 되지 않으면 세탁과정에서 물이 좀 빠질 수 있어요. 세탁 시 찬물 세탁, 세제는 중성이나 약산성으로, 그리고 가볍게 조물 조물... 이 점만 주의해 주세요.
지금까지 구석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염료(안료)로 사용되어 온 황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상 달달 연구소장이었습니다.
See you
< 참고 문헌과 사이트 >
- 두산백과
- 예술가들이 사랑한 컬러의 역사, 데이비드 콜즈, 영진닷컴, 2020.
- 염색용어사전, 하미희, 학문사, 2002.
- 한겨레, "현생인류가 그린 가장 오래된 돼지 벽화 발견", 2021.01.14
- 조선비즈, "몸에 좋은 황토...변신은 무한대", 2012.09.09.
- 헬스조선, "살아 있는 생명체, 황토에서 찾은 건강", 201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