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넨(linen)이 마(麻)와 같은 건가요?
아직 5월밖에 안 됐는데 낮기온은 벌써 한여름 날씨네요.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여름 소재 옷을 입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 린넨(linen)이 마(麻)와 같은 건가요?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네~ 맞습니다. "
그러나,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듯싶어서
오늘의 주제로 잡아보았습니다.
Q.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의류 소재는 무엇일까요?
동물 가죽을 제외하고, 직조하여 옷을 만들어 입었던 최초의 소재는 바로 '마'일 것입니다.
마는 무려 7000년 전부터 이집트에서 재배되었다고 알려져 있고요,
이집트 벽화에 기록되어 있는 당시 의복 소재가 바로 마입니다.
사실 '마'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종류가 다르긴 하지만, 먹는 '마'와 입는 '마'가 같은 '마'인 거 아셨나요? ㅎㅎ
" 먹는 것도 마이고, 입는 것도 마이고... 너무 헷갈려요~ "
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정리해 볼게요.
분류 | 섬유 이름 | 식용 부위 | 활용 | |
아마 | 쥐손이풀목 아마과의 한해살이풀 |
린넨 (Linen) | 씨앗 | 식품, 의복, 이불, 식탁보, 냅킨 등 |
대마 | 쐐기풀목 삼과의 한해살이 풀 |
삼베 (Hemp) | 씨앗 | 식품, 의복, 이불, 의료용, 천막 등 |
저마 | 쐐기풀목 쐐기풀과의 여러해살이풀 | 모시 (Ramie) | 잎사귀 | 식품, 의복, 이불 등 |
황마 | 아욱목 아욱과 황마속의 여러해살이풀 | 황마 (Jute) | 잎사귀, 씨앗 | 포대, 밧줄 등 |
참마 | 백합목 마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 덩이뿌리 | 식품 | |
천마 |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 덩이뿌리 | 식품 |
아마 ( Linen )
여름용 원단 중에서
여러분께서 가장 많이 들어보셨을 단어가 바로 린넨(linen)일꺼에요.
제 지인께서 물어보신 것처럼
린넨은 마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마의 종류 중 '아마'(亞麻)를 지칭합니다.
린넨이 의류 소재로 가장 많이 쓰이는 이유는
마직물 중에서 가장 소프트(soft)해서 의류용으로 적합하기 때문일 거예요.
마섬유는 습기를 잘 흡수하고 또한 잘 발산하는 특징이 있어요.
다시 말해, 흡한속건(吸汗速乾)성이 좋아서 여름용 소재로 적합하지요.
또한 항균성도 좋아서
이불, 베개 등 침구류와 식탁보, 냅킨 등 주방용품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마직물의 최대의 단점은 구김이 많이 간다는 거예요. (방추성이 나쁨)
그리고 마직물을 빨래하고 나서 옷이 줄어든 경험을 해보신 분도 계실 거예요.
마직물의 단점 중 또 하나가 수축률이 좋지 않다는 건데,
요즘 나오는 마직물은 방축 가공을 해서 수축률도 나쁘지 않고,
혼방직조를 통해 방추성도 보완해서
부드럽고, 시원하고, 구김과 줄어듬이 적은 린넨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더라고요.
마직물의 색상은 위의 사진처럼 표백되지 않은 내추럴 natural원단 색상이 많은데,
이것은 마에 펙틴(pectin) 성분이 많아서 염색과 표백에 약하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오히려 톤 다운(tone down)되면서 내추럴한 색상이
마직물의 매력이 된 것 같네요.
대마 (Hemp)
대마는 구석기시대부터 세계 각지에서 사용됐으며,
우리나라는 고조선 때부터 의복이나 침구 재료로 사용해 왔다고 합니다.
대마의 줄기 부분을 실로 만들어 옷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삼베'입니다.
삼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수의'(壽衣) 일 것입니다.
저도 이번 포스트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삼베로 만든 수의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아니라 일제의 잔재라고 하더라고요.
정종수 (프리드라이프 한국장례문화연구원장) 씨가 오마이뉴스에 인터뷰한 기사에 따르면
돌아가신 분에게 삼베 수의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생전에 입으신 옷 중에 가장 좋은 옷을 입히는 것이 원래 전통 장례 예법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왕이 죽었을 때에는 곤룡포를,
사대부는 관복을,
여성은 혼례복을 수의로 입혔다는 것이죠.
삼베는 고인이 아닌 고인의 자손들이 죄송함과 슬픔을 표현하게 위해 거친 삼베로 옷을 지어 입은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처럼 고인에게 삼베 수의를 입히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부터인데요
1943년 조선 총독부 우가키 가즈시게 총독이 조선의 궁핍한 삶을 개선하고 절약하자는 취지에서
<의례준칙>을 발표하였는데,
이때 비단 수의를 금지하고 삼베 수의를 입게 했다고 합니다.
절약은 일제의 구실일 뿐 약탈의 수단이며,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이었지요.
요즘 삼베 수의의 가격도 꽤 비싸던데
전 삼베 수의 대신 평소 자주 입던 옷 중에 가장 깨끗한 옷으로 입혀서
장례 치러달라는 유언을 남겨놓아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ㅎㅎ
저마 (Ramie)
섬유업계에서는 '라미'라는 용어를 많이 쓰는데요
'라미'가 바로 '저마'이고,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모시'입니다.
마직물이 모두 습윤강도가 좋지만(물을 많이 머금을수록 강력히 증가한다)
모시는 특히 강력이 크고 습기에 강해서 물속에 오래 두어도 쉽게 부식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습도가 높은 지역의 옷으로 최적격이라고 볼 수 있지요.
모시는 중국에서 많이 재배되어서 중국마라고도 불리지만,
우리나라 모시가 품질이 좋아서 예부터 중국에 많이 수출하곤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산 모시가 유명하고,
'한산 모시 짜기'는 국내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되었으며,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습니다.
매년 6월이 되면 충남 서천에서 한산모시문화제가 열리는데
올해에는 2024. 6. 7 (금)부터 6. 9 (일)까지 열린다고 하니
기회 되시면 한번 축제에 참여하셔서 모시 짜기도 배워보시고
모시잎으로 만든 모시떡도 드셔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황마 (Jute)
황마는 인도가 원산지이고,
우리나라에서는 경북 안동 등지에서 많이 나며,
매우 굵은 실로 제작되어서
마대나 카펫, 마끈이나 로프 등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식품으로 참마와 천마도 있지만
직물 소재로 사용되는 아마, 대마, 저마, 황마를 소개로
마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마직물에 대한 이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이상 달달 연구소장이었습니다.
See you
< 참고문헌과 사이트 >
- Textile Science - Merchandiser에게 꼭 필요한 섬유지식, 안동진, 한올출판사, 2015.
- 두산백과.
- 오마이뉴스, "삼베수의와 상주의 완장은 일제 잔재", 2018.11.28
- 한산모시문화제